“‘몰입’의 파티다. 영화로 만들고 싶은 작품들로 가득하다.”
-배우 박정민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그 경계에서 ‘혼모노’를 묻다
『혼모노』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번에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제목이다. ‘혼모노’란 일본어로 ‘진짜’를 뜻하는 단어 ‘本物’(ほんもの)의 음차 표기로, 한때 인터넷상에서 ‘진상’이나 ‘오타쿠’를 조롱하는 신조어로 사용되며 널리 알려졌다. 작가가 한 인터뷰를 통해 본디 긍정적인 뜻을 지닌 이 단어가 변질된 의미로 사용되는 것처럼 거짓일지라도 다수가 믿으면 진실이 되어버리는 지금의 시대상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듯, 이 소설집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진짜’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표제작 「혼모노」의 화자인 30년 차 박수무당 ‘문수’는 어느 날 신령으로 모시고 있던 ‘장수할멈’이 자신에게서 떠나갔음을 깨닫는다. 때마침 앞집으로 이사 온 스무살 남짓의 ‘신애기’는 “할멈이 넌 너무 늙었다”(145면)더라며 자신에게 왔노라 말하고, 이는 자신의 신앙이 ‘진짜’라고 믿고 있던 문수에게 믿음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다가온다. 문수는 ‘가짜’ 무당으로나마 살아가려 ‘진짜’인 척 분투하지만, 모형 작두를 구하는 와중에도 “선무당이나 하는”(122면) ‘오늘의 운세’란 만큼은 맡지 않으려 하고,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120면)며 조소하는 신애기를 염오하면서도 그 집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마음을 쓰는 그는 “진짜가 무엇이고, 그것은 정말 가짜와 분리된 자리에 따로 존재하는지”(해설, 양경언) 자꾸만 자문하게 된다.
한편 전통적인 방식으로 장수할멈을 모셔왔던 중년의 문수와 “할멈과 동등”(144면)해 보이는 젊은 무당 신애기의 대립은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흔하게 맞닥뜨리는 신구 세대 간의 반목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처럼 「혼모노」는 개인의 욕망과 번민을 들여다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대 갈등이나 전통과 현대의 대립 등 사회적 쟁점에까지 질문을 던지는 도발적인 수작이라 할 수 있다.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