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속 ‘살인 로봇’은 언제나 미래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서 인류는 항상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뒤바뀌고 있다. 오늘날 전장은 이미 ‘킬러 로봇’들의 무대가 되었고, ‘터미네이터’는 더이상 스크린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첩보·보급·공작은 물론 전술·전략·암살까지, 전쟁의 모든 영역을 AI가 주관한다.
기술은 언제나 전쟁의 양상을 바꿔 왔다. 화약은 중무장한 기사를 고꾸라뜨렸고, 철도와 전신은 총력전을 가능하게 했으며, 원자폭탄은 전쟁의 대가를 인류가 감당 못 할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AI는 이전의 기술들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이전의 기술들이 인간의 능력을 ‘확장’했다면, AI는 인간의 역할 자체를 ‘대체’한다. 운명을 가르는 순간에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간이 사라져 가는 전쟁에서, 인류는 과연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 물음에 응답하려는 시도다. 기술과 전쟁이 얽혀 온 역사를 개괄하고,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최근의 전쟁터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톺아본다. 인간의 손아귀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기술이 야기할 윤리적 딜레마를 찬찬히 짚어 보고,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고민한다.
AI의 발전과 군사적 활용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섣부른 기술 낙관주의나 묵시록적인 비관주의, 양쪽 모두와 거리를 두고 ‘AI 시대의 인간다움’을 재고하기를 요청한다.
물론 명확한 정답은 없다. 미래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전쟁과 기술, 과거와 미래를 꼼꼼히 가로지르는 저자의 논의는 혼란스러운 ‘기술 전쟁’의 한복판에서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독자들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이고, 대체해서는 안 되는 영역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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